새 카테고리/창작의 시 79

외로운 철길

외로운 철길 들향기 장외숙 하루에도 몇 번씩 역전역전마다 주민들발이 되어주고 손이 되어주던 기관차시대 따라 철길도 세월의 무게를 느낀다 그 시절 학생들 등교 길 책임지고저녁 하교 길 집으로 잘 가라고 배웅하든그때 그 학생들 지금은 저녁노을바라보는 환혼의 꽃 낮시간에는 역전역전마다 손님 실고우리 동네 역전에 아줌마 아저씨농산물 머리에 이고 점촌시장 나들이 몇 시에 사람 태우고 가는 기차몇 시에는 석탄 식고 가는 기차어른들은 외우고 계셨다 그때 그 시설 번창하든 철길도시대의 변천사라고 했든가집집마다 자가용이 몇 대씩 지금은 철길 따라 핀 들꽃들만 외로운 철길 지킨다

채송화

채송화 들향기 장외숙 채송하 엄마와 동생들하고삼 모녀 사모녀 모여서모종하고 아침마다 물주며손바닥에 까만 씨 받으며깔깔대며 웃든 기억 우리 집 마당 한쪽에 모종하고 밤사이 얼마나 자랐을까아침마다 눈인사 어제는 빨간 꽃이 소복하게오늘은 주황색꽃이 옹기종기내일은 노란 꽃이 눈인사하겠지 아버지께서 앞마당 텃밭에토마토 오이 심어주먹만 한 토마토 풋풋한 내음 따먹으며 옹기종기 핀 채송화에마음 주었든 기억이새록새록 생각이 난다 진순분 교수님 엄마와 동생들하고세 모녀 모여서채송화 모종하고아침마다 물주며손바닥에 까만 씨 받으며깔깔대며 웃던 기억 우리 집 마당 한쪽에 모종하고밤사이 얼마나 자랐을까아침마다 눈인사어제는 붉은 꽃잎들이저물녘처럼 가만히 마음을 덮고오늘은 주황의 숨결들이작은 속삭임처럼 모여들더..

새 생명 품다

새 생명 품다 들향기 장외숙 개개비 제철 찾아 잊지 않고 찾아와푸르른 갈대밭에 짝을 찾는 노랫소리 갈대밭 속에 꼭꼭 숨겨놓은 보금자리 뿔논병아리 얼음으로 호수 더풀 때어디서 지냈는지 봄 찾아 짝지어 알 품어 새끼를 등에 업고 유유히 호수물 삼키며어린 새우 건져 올리느라 물갈키 바쁘다 겨우내 호수 주인 지킴으로눈 위에 발자국 그림 그리며얼음과 둑방을 오가며겨울 시린 노래로 잘도 견딘 물닭 계절과 약속이라도 한 듯작년 둥지 옆에 부부애로 알품고 새끼 낳아호수는 내 것이라고 유유히일곱 식구가 이끼 찾아 나선다

담쟁이

담장이 들향기 장외숙 슈퍼스타 곧은 벽을 잘도 올라간다아무도 따라잡을 수 없는 기술 어디서 배워쓸까곧게 사느라 인내의 힘 물도 없는 벽 오르느라 목마를 법도 한데봄에는 푸르게 가을엔 붉게 두 얼굴의 담쟁이 꼭대기에 기어올라가면기다리는 누구라도 있나 바라는 것이 무엇이 있길래위로위로 하늘만 보고밤이면 별빛들과 속삭이고달빛에 그리움 달래며 하늘만 바라보는 담장이저 넘어가면 기다리는 그누가 있나 보다손 빨판,하늘 향해 올라간다

양귀비꽃 밭에서

양귀비꽃 밭에서 들향기 장외숙 양귀비꽃만 꽃이 드냐꽃밭에 인꽃들 옹기종기엄마와 나들이 나온 아기꽃아기들 웃음소리 까르르까르르 막 피어난 열아홉 순정꽃열아홉 순정꽃 웃음소리 입 막고 살짝할 짝핀 달달한 청춘 젊은 가득한 연인꽃연인들 빵터지는 웃음소리 세월에 무르익은 홍시 같은 황혼의 꽃황혼의 웃음소리 그저 웃지요황혼꽃 빨간 양귀비 치마폭 기를 받아훨훨훨 나래를 편다 꽃양귀비 밭에서/장외숙 꽃양귀비만 꽃이 아니다엄마와 나들이 나온 아기꽃아기들 웃음소리 까르르까르르 막 피어난 열아홉 순정꽃달콤한 청춘 웃음 가득한 연인꽃 세월에 무르익은 홍시 같은 황혼의 꽃빨간 꽃양귀비 치마폭 기를 받아넉넉한 황혼의 미소 그저 웃지요

오월

오월 들향기 장외숙 봄꽃이 지고 난 자리에푸른 녹음 오월의 빛에 반짝인다꽃비 날리든 벚꽃 터널에서 진초록진 터널 그늘막 아까시나무 꽃향기 코끝에 닿으며오월의 여왕 빨간 장미 공원의 한자리 차지해 미소로 상춘객 맞는다 공원의 들마루마다 가족 나들이엄마 아빠 아기 한가족아기 웃음 소리 까르르까르르즐겁고 한가로운 풍경이 하늘에 오른다

상추야 사랑한다

상추야 사랑한다 들향기 장외숙 화분에 상추 모종 심어놓고매일 들며 날며사랑한다고 속삭이며사랑의 손길로 쓰다듬는다 비 오고 나면 오일을 바른 듯 반들반들옆집 총각 고놈들 잘도 자라네 핫트 하나앞집 아가씨 꽃상추 예쁘게도 자라네 양손 핫트 둘 우리 가족들 아침저녁으로눈웃음으로 주고받으며상추지만 꽃으로 여기며무언의 사랑을 주고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