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한 장
들향기 장외숙
마을금고에서 두루마리로 너를 만나서
새해 첫인사하고 너를 잘 보이는 벽에다 걸었지
올해도 무사 안녕을 빌면서
춘삼월 꽃바람 연둣빛에
새들의 새 생명 축제에 마음 빼앗기고
세월 가는 줄 모르고 너를 정리했지
순백의 찔레꽃 향기에 젖어
오월의 여왕 장미꽃 향기에 취해
긴 장마와 벗 삼아 지내다가
벌써 반년이 지났구나 하면서
또 한 장을 넘긴다
하늬바람에 오곡이 익고
황금 들녘을 보며 풍요를 느끼면서
벌써 가을이구나 하면서
너를 또 정리한다
그렇게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동지섣달 달력 한 장 너를 보면서
엄동설한 눈 오는 설경도 좋더라
자연도 철 따라가고 너도 같이 떠났구나
너를 한 장 한 장 생각 없이 넘기다 보니
일 년 동안 이루어 놓은 목록 하나 없이
이제는 갈무리를 해야 되는데
채울 것도 비울 것 도 없는
내 삶이 조금은 쓸쓸하다
달력 한 장 / 들향기 장외숙
※ 사계절의 달력을 표현하기 위해 자세한 내용을 줄이고 다듬습니다.
마을금고에서 너를 만나
새해 첫인사 잘 보이는 벽에 걸었지
올해도 무사 안녕을 빌면서
춘삼월 꽃바람 연둣빛에
새들의 새 생명 축제에 마음 빼앗겨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찔레꽃 향기에 젖어
장미꽃 향기에 취해
긴 장마와 벗 삼아 지내다가
벌써 반년이 지나
또 한 장을 넘긴다
하늬바람에 오곡이 익고
황금 들녘을 보며 를 느끼면서
벌써 풍요의 가을 되어
너를 또 정리한다
동지섣달 달력 한 장
엄동설한 눈 오는 설경이 좋아
철 따라 너도 같이 떠난다
일 년에 이루어 놓은 목록 하나 없이
이제는 갈무리해야 하는
채울 것도 비울 것도 없는
내 삶이 조금은 쓸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