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백 년의 은행나무
들향기 장외숙
수백 년을 사는 동안
청춘도 수백 년 황혼도 수백 년
당신의 역사를 하늘을 두루마리로 삼아도 어찌 다 기록할 수 있을까
당신의 앞 뜨락의 지면에는 수백 년의 사연이 얼마나 많을까
수백 년 동안 비바람 막아주고 당신의 앞 뜨락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놀다 갔을까
얼마나 많은 사연을 풀어놓고 갔을까
토닥토닥 아장아장 아기들의 재롱소리
유치원생들의 소풍 나온 재잘재잘 반가운 소리
어깨 비비며 속닥속닥 연인들의 다정한 노래
노장들의 쉼터로 노장들의 깊은 주름 속의 인생사 애잔한 사연들
수백 년을 사노라면 많은 역사를 노란 은행잎을 바람에 날리소서
수백 년을 사노라면 쉼터의 사연을 노란 엽서로 바람에 날리소서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다녀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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